나에게는 휴식과 노는 것이 있다. 휴식은 나 혼자서 푹 쉬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볼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소설책을 읽을 수도 있다. 노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갈 수도, 크루들과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이 둘을 구분한 이유는 나에게 휴식과 노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는 시간 이후에는 휴식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 노는 것도 나에게는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쓰는 대신 삶의 활력을 만들어준다. 휴식은 에너지를 채워주는 일이다. 또한 휴식은 집중 시간 사이사이에 넣을 수도 있다.
나한테는 휴식 시간과 노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렇게 이 시간들을 따로 빼 놓아야 지치지 않고 내 호흡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휴식 시간은 다음과 같다.
- 30분 집중 후 5분/10분 휴식
- 휴식의 형태는 자유이다. 주로 화장실에 다녀오고 쇼츠를 본다.
- 밤 11시 30분 - 12시 30분
- 넷플릭스를 보고, 밀렸던 카톡 답장을 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자유롭게 한다.
- 주말 중 하루 저녁 이후
노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 주말 중 하루 저녁 이후
나는 이 휴식과 노는 시간을 얼마나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어제 이런 고민을 시지프 코치님과 함께 나누던 중 시지프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즐기면 별로 힘들지 않더라구요.
나한테는 상당히 신선한 관점으로 다가왔다. 나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휴식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지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만약 나에게 이 개발이 곧 휴식이라면?
돌이켜보면 나는 우테코를 시작한 이후 휴식이 줄었을 때 나한테 큰 타격이 있었을까? 휴식이 부족하다고 느꼈을까? 느낀 적이 없다. 나는 개발이 나에게는 일종의 휴식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휴식은 상대적인 게 아닐까? 개발을 하지 않고 과제의 미흡한 부분을 아쉬워하며 영화를 보는 것보다, 과제의 미흡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더 휴식이라 느낀 게 아닐까? 과제의 미흡한 부분을 채우며 만들어진 도파민이 나에게는 곧 휴식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노는 것에 대해 고민이다. 이번 주에만 노는 일정이 세 번 몰렸다. 두 번은 크루들과, 한 번은 개인 약속이었다. 난 셋 모두 너무 좋다. 즐겁고, 내 삶의 활력이 되어준다. 그런데 이런 내 삶의 활력소가 1주일에 한 번씩만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에 세 개의 노는 시간이 몰아닥치니 너무 놀았다는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혔다.
셋 모두 피하기 어려웠다. 두 번은 조 구성이 바뀌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였고, 나머지 하나도 오래 미뤄둔 약속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피하기 어려웠다기보다는 피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기회이자 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노는 것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
비효율적이다.
노는 것은 삶의 활력을 만드는 행위이다. 노는 것은 내 삶의 이유가 된다. 노는 것이 없다면 삶은 무료하다.
물론 개발이 재밌다고는 하지만 개발은 어디까지나 ‘일’이다. 물론 개발을 즐기며 하는 순간이 많지만, 그럼에도 일은 일이다. 즐기는 ‘일’일 것이다.
개발이 없다면 노는 것이 재미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놀면 마냥 재밌을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평일에 알차게 살아야 주말이 달콤하듯, 운동을 하고 쉬어야 그 휴식이 달콤하듯 개발(일)이 있어야 노는 것이 재밌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는 것이 없다면 개발도 재미가 없다. 노는 것이 예정되어 있기에 개발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되고, 놀고나면 삶의 생기가 생기고 개발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른다.
그래서 나는 개발 → 노는 것 → 개발 → 노는 것 .. 이러한 반복 구조를 선호한다. 여기서 노는 것은 적당한 노는 것이 되어야한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진다고 그만큼 더 개발에 효율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한 번에 오래 노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한 번 오랫동안 놀고나면 다시 집중하기 힘들다. 계속해서 놀고 싶은 욕구도 이전보다 더 강하게 들고, 이전에 집중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까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한 번에 몰아서 노는 것을 피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상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놀고나면 확실히 그런건 있다. 더 집중하게 된다. 지난 논 시간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논 시간들은 내 머릿 속 잠재 의식 한 구석에 남아 내 열정이라는 불의 장작이 된다. 내가 지칠 때 ‘아, 그 때 재밌었는데.’, 와 함께 ‘이번 주도 재밌게 놀려면 지금 열심히해야지’. 내 내적 동기가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너무 나를 옥죄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성장하고 싶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내 지금 이 뜨거운 열정으로 내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내고 싶다.
아직은 이번에 이 ‘몰아서 노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매주 있는 일도 아니고, 몇 달 동안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일이기는 하다. 이번 주는 우테코에서 하나의 레벨이 끝난 특별한 한 주였기 때문이다.
휴식에 대한 나만의 규칙은 시지프와 대화를 하며 어느정도 정립이 된 듯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억지로 휴식하지 않아도 된다. 개발 그 자체가 즐겁다면, 그 또한 휴식이라 할 수 있다.
노는 것에 대한 나만의 규칙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고민이 정리되는 날 이 글을 보완하러 올 것을 기약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